올해로 환경마크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됐다. 그동안 우리의 친환경 상품 시장은 외적으로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친환경 상품을 나타내는 환경마크 인증실적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1992년 4월 제도 도입 이후 현재 120개 품목별 환경마크 인증기준이 설정돼있는 상태다. 이는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다. 인증제품은 1992년 82개에서 2004년 1540개로 늘었고, 2006년에는 4639개, 올해 4월 현재 5072개로 급증했다.

환경마크 시장도 커졌다. 환경마크 인증제품 시장규모는 2001년 1조5327억원에서 2005년 8조4757억원으로 늘었고 2006년 9월 현재 12조5401조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마크 인증제품도 다양하게 바뀌었다. 세탁기, 냉장고, 프린터, 복사기,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 뿐 아니라 축구화, 세정제, 벽지, 휴지, 양변기, 수도꼭지 등 일상생활에 이용되는 거의 모든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건축자재(24%), 가구류(16%), 사무기기(18%), 사무용품(11%) 등 다양한 제품이 환경마크 인증을 받았다. 매출순으로 살펴보면 데스크탑(31.1%)이 3조8972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노트북PC(21.8%), 유류(13.6%), 종이류(5.6%)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의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2006년말 전국 성인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친환경 상품에 대한 국민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2.8%가 친환경 상품에 관심을 표현했다. 이는 2005년 조사에 비해 24.9%포인트(P)가 늘어난 것이다.

환경마크 내용인지도 역시 2004년에 비해 28.4%포인트 증가한 61.2%를 보였다. 이는 친환경 상품과 이를 나타내는 환경마크 제도가 국민들 사이에 어느 정도 자리잡은 것을 보여준다.

친환경상품을 구매한 이는 2005년에 비해 39%포인트 늘어난 60%(611명)으로 약 3배가 늘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친환경 상품 사용에 만족스럽다는 반영을 보였다. 특히 상품을 구입할 때 환경마크의 영향을 받은 이가 전체의 84.6%에 달해 환경마크가 상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보여줬다.

이런 현상은 새집증후군이 이슈가 된 2003년 이후 몸에 좋은 것을 찾는 웰빙이나 로하스 문화가 정착된 영향이 크다.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친환경 상품은 새집증후군으로 친환경이 전국민의 관심사가 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환경마크 제품의 매출액은 이같은 추세를 뒷받침한다. 새집증후군이 이슈화된 2003년 민간부문의 매출액은 1조3301억원이었지만 이듬해 3조29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2006년에는 7조688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는 2005년 7월 정부가 공공기관에 친환경상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한 ‘친환경상품 구매촉진법’을 시행하면서 보다 강화됐다. 친환경상품구매촉진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4년 공공부문의 환경마크 제품 매출액은 2549억원었지만 2005년에는 7870억원으로 세 배 가량 높아졌다. 2006년 공공부문 환경마크 제품 매출액은 약 8200억~83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상황은 앞으로도 긍정적이다. 2005년 9월 1차로 30개 대기업이 정부가 인증한 친환경 상품을 구매하기로 자발적인 협약을 맺은 데 이어 2006년 12월에는 17개 기업이 동참했다. 녹색구매 협약을 맺은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KT, 기아자동차, 아시아나항공, GS칼텍스, 현대건설, 롯데백화점 등 47개 기업이다. 이중 25개사는 지난해 1680억원 어치를 구매했다. 환경부가 올해 상반기에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녹색구매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기 때문에 친환경상품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9월 26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산업계 녹색구매 자발적 협약식에서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앞줄 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30여개 기업의 임원들이 협약식 후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친환경상품 구매촉진법과 같은 제도를 가진 국가는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다. 또한 녹색구매 자발적 협약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정부의 노력 덕택에 우리나라의 친환경 산업은 수준급으로 도약한 셈이다.

한편 주요국 환경마크 인증실적을 보면 인증기업 수의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과 노르웨이의 뒤를 이어 세계 세 번째를 차지했다. 인증제품 수로도 중국과 일본의 뒤를 이어 세계 세 번째였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친환경 산업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소비자는 친환경상품이 여전히 비싼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2006년 실시한 친환경 상품에 대한 국민인식도 조사 결과 친환경상품에 대한 불만으로 가격을 거론한 이는 전체의 48.2%에 달했다. 친환경 상품을 구매하지 않은 이유로 ‘비싼 가격’을 든 이도 전체의 46.8%에 달했다.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도 있다. 우선 차세대 친환경 제품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현행법에 따르면 친환경 상품은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에 비해 자원절약에 기여하거나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이다. 바이오에너지나 대체조명, 연료전지, 저공해자동차 등 신기술처럼 비교대상이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준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인증 이후의 관리 문제도 제기된다. 2006년 한해동안 환경마크를 무단으로 사용하다 적발된 건수는 92건이었다. 인증업체라도 인증 뒤 내놓은 제품이 인증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006년 한해 동안 8개 업체 13개 제품이 환경마크 인증을 취소당했는데 2007년에는 5월 현재 벌써 6개 업체 8개 제품이 인증을 취소당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환경마크 인증을 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인증 신청건수가 늘어나면서 처리기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인증사용료(93만원)와 시험분석 비용(300만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정부의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친환경 상품 제조·유통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친환경 상품을 나타내는 환경마크를 홍보하거나 기업과 녹색구매 협약을 체결하고 유통업체에 친환경상품 전시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준비하는 등 간접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설·장비자금 융자나 연구개발자금 지원 등 직접적인 지원이 아닌 까닭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

환경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해 친환경상품을 보다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크게 6가지 방향을 세워놓고 있다. 우선 국가환경표준의 위상을 정립할 계획이다. 서비스상품이나 신기술 혁신 상품, 기후변화 대응 상품 등 매년 5~6개의 중점품목을 발굴하는 한편 산자부의 GR마크와 중복되는 품목을 해소하고 국가간 상호인정협정을 확대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는 업체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환경마크 인증서비스를 선진화한다. 우선 인증처리기간을 단축하고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 환경마크 인증절차를 개선한다. 또한 중소기업에 인증비용을 지원하고 친환경상품의 판로를 안내하는 한편 조달등록을 지원하는 등 인증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부실한 친환경상품 관리체계도 강화한다. 환경마크 불법무단사용 신고센터 및 기동점검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 대중매체 홍보를 강화하고 친환경상품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친환경상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작정이다.

친환경상품의 유통과 소비기반을 강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환경부는 유통매장 설치를 확대하고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시설자금이나 연구개발자금 등 직접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에코디자인에 대한 교육 및 기술지원을 실시하는 등 친환경상품 생산과 설계를 촉진할 예정이다.

환경마크 인증상품 등 친환경 상품을 사용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큰 이익을 얻는다. 친환경상품제조협회에 따르면 친환경 가스보일러를 사용하는 경우 가스절약과 이산화탄소 저감 등 대당 90만원이 넘는 편익을 얻을 수 있다.

복사기는 절전과 토너절약으로 18만6000여원, 냉장고는 절전과 오존층 파괴 저감으로 대당 8만4000여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친환경 산업 활성화야 말로 아름다운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지름길인 셈이다.

한편 환경부는 이와 같은 환경마크제도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5월 16일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환경마크제도 도입 15주년 기념 친환경상품 정책토론회”를 열었다.